(대취한 목소리로) 가자~ 삼차! 죽을 때까지 마시고, 아무도 집에 가기 없기! 이야~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끼는구만! (호주머니를 뒤지며) 어디보자~ 지갑! 여기 있고, 핸드폰, 있고… 차키, 차키? 있네. 가자! 뭐하긴 자식아. 좋은 데 가자. 러시아애들, 이뻐~ 한잔 더 하자니까. (어깨동무를 한다) 그래, 내가 니 형이다. (빤히) 새끼가~ 지금 시비 거냐? 니가 왜 그런 고민을 하는 줄 알어? 국선이라 그래. 그게 그게~ 임계치가 온 거지. 스트레스, 열등감 그런 게 쌓여서 (듣는 사람도 없이 중얼중얼) 대학 때 얘기해줬나? … 이름이 선혜다. 같이 독재타도도 하고, 잠도 자고… 찐하게 좋아했지. 근데, 군대 끌려간 사이에 걔가 결혼하드라, 의사랑. 그래서 나도 연수원 가자마자 결혼했다, 선 봐서… 요새도 가끔씩 텔레비전에 대머리가 나오면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해요. 아~ 시발, 내가 선혜를 놓친 건 다 저 새끼 탓이다. … 형이 도와줄게. 밀어준다구. 니 그 알량한 소송…. 넌, 마! 여기가 어디게? 올림픽대로야~ 내가 씨팔, 딴소리 하겠냐? (운전석을 향해) 기사님, 과속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