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영화대사 / 말모이 / 남자 독백 / 류정환(윤계상)
- 작성일자
- 2019.02.19
선생님. 민들레가 왜 민들레인지 아십니까?
문 주변에 흐드러지게 많이 피는 꽃이라 해서 민들레... 그래서 민들레가 되었답니다.
저희 아버지가 알려주신 겁니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 큰 걸음이라고...
마을 사람들에게 글을 가르치셨거든요.
그러면 민들레 홀씨처럼 그 걸음걸음이 퍼져나가 세상을 바꾸고
결국엔 독립을 이룰 수 있다고요...
그랬던 아버지가 언제부턴가 친일을 하더군요...
그게 너무 싫고 원망스러워서 도망치듯 유학을 떠났던 겁니다.
그때는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근데 유학 떠난 지 5년 만에 집에 돌아오는 길에 경성역에서
순이 또래의 한 아이와 부딪쳤는데 그 아이가 죄송합니다가 아니라
스미마셍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때 결심했습니다. 사전을 만들겠다고.
사람이 모이는 곳에 말이 모이고, 말이 모이는 곳에 그 뜻이 모이고,
그 뜻이 모이는 곳에 비로소 독립의 길이 있지 않겠느냐고 우리 동지들을 설득했죠.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사람 귀한 줄 모르고. 용서해주십시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