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87>

(공안부장, 컵에 술을 따른다. 술을 마신다. 짜장면 그릇을 들고 한 젓가락을 든다. 그 때 들어오는 유과장과 박계장.)

유과장 : 에이 참 우리 공안부장님은 이딴 거 드시면 안 되는데...

공안부장 : 웬일이야, 이 시간에?

유과장 : 나가시죠, 제가 모시겠습니다.

공안부장 : (짜장면을 한 번 보고 그릇을 내리며) 그럴 까 그럼? 어디 갈 건데?

박계장 : (종이를 탁자에 올리며) 여기 도장하나만 찍어주십시오.

공안부장 : (종이를 들고 보며) 간만에 공짜 술 얻어먹나 했다. (유과장과 박계장을 보고) 안 본 사이 많이 못써졌다.

유과장 : 아니 무슨 말씀을...

공안부장 : 박종철, 서울대, 심장마비? 스물 두 살짜리가?

유과장 : 오늘밤 안으로 화장해야 됩니다.

공안부장 : (뒷장으로 넘긴다. 다시 원래대로 하고 내리고, 손가락으로 시계를 가리킨다.) 죽은 지 여덟 시간도 안됐는데 아버지가 죽은 아들을 봤다, 못 봤다? 못 봤네? 못 봤지?

박계장 : 부친 동의서 받았습니다.

공안부장 : 이 양반아 어떤 아버지가 서울대 다니는 아들 시신도 확인도 안하고 화장을 하라고 그러나? 구라를 쳐도 적당히 쳐야지. (책상을 치며) 이게, 이게 지금 말이 돼? 이게?

박계장 : 대공 업무입니다. 찍으십시오.

공안부장 : (종이 던지며) 이 새끼가 어디서 찍으라 마라야! 가져가! 이씨...

유과장 : (눈짓으로 박계장을 내보낸다. 박계장 나간 후 무릎을 꿇으며) 이거 왜이러십니까 진짜. 눈 딱 감으시고 한번만 찍어 주십시오. 화끈하게 모시겠습니다.

공안부장 : 내 얼굴이 다 화끈거려, 웬만해야지. 부검을 하고 사인이 나와야 매장을 하든지 화장을 하든지 할 거 아니야! 법이 그래 법이!

유과장 : 예. 아 그거 누가 모릅니까? 위에서 해뜨기 전에 화장하랍니다.

공안부장 : (몸을 뒤로 누이고 넥타이를 만지며) 뭐? 위에 어디, 안기부? 청와대?

유과장 : 영감님 저 좀 살려 주십시오.

공안부장 : (몸을 일으키며) 내일 아침에 부검하고 오후에 화장해. (짜장면을 들고 뒤적이며) 에이 이거 다 불었다 이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