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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민, 학창시절 운동선수 활약… 프로골퍼 꿈꿨던 ‘장군의 아들’
작성일자
2021.03.15

<골프와 나>
박상민, 학창시절 운동선수 활약… 프로골퍼 꿈꿨던


‘장군의 아들’ 

 
 
 
최명식기자 mschoi@munhwa.com
 

배우 박상민이 지난 1월 경기 용인 해솔리아 골프장에서 드라이버로 티샷하고 있다. 박상민 제공
■ 배우 박상민

운동신경 탁월 육상·수영 활약
체육특기생 준비하다 藝大 진학

40대 중반에 골프채 다시 잡아
성적 편차 심한 단골 ‘백돌이’
작년 77타 쳐 생애 유일 70대打
“위로받는 운동… 꿈은 언더파”


지난해 박상민(51)은 배우로서 첫 작품이자, 자신을 일약 스타로 만들어준 영화 ‘장군의 아들’ 개봉 30주년을 맞았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식당에서 박상민을 만났다. 배우로 30년을 살아온 그는 “한때 프로골퍼가 되기 위해 대학 진학을 체육특기생으로 준비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고1 때 K대 체육특기생이 되려고 부친과 함께 처음 골프연습장을 찾았던 것. 의사였던 부친은 부산에서 병원을 운영했고 골프 마니아였다. 부친은 책보단 운동을 좋아하던 막내아들의 장래를 위해 골프연습장에 데리고 갔다. 박상민은 중학교 재학 시절엔 수영, 단거리 육상 선수였기에 운동신경은 남달랐다. 부친은 아들이 골프선수로 성공하길 바라면서 골프를 권유했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다.

박상민은 서울예대에 진학하면서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박상민은 “부친 말씀을 듣고, 인내심을 갖고 골프를 계속했으면 지금쯤 프로골퍼가 됐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웃었다. 박상민은 대학 1학년이던 해 장군의 아들 주인공으로 캐스팅됐고 대학 2학년 때 서울 종로의 단성사에서 개봉되면서 ‘스타’가 됐다. 이후 30년을 쉼 없이 달려왔다.

박상민은 여러 차례 골프를 멀리했다. 본격적으로 골프에 빠져든 것은 마흔이 넘어서였다. 그가 골프를 접할 기회는 많았다. 1999년엔 고향인 부산에 갔다가, 친구가 골프숍을 운영하고 있어 선물로 골프채를 받았다. 그는 “사실 영화, 방송 스태프와 골프를 할 기회가 많았지만 활동적인 나와는 골프가 맞지 않는 것 같아 멀리해왔다”고 말했다. 골프채를 들고 걷는 운동을 하는 것보단 피지컬 트레이닝이 더 낫다고 여겼다.

박상민은 2003년을 기대와 실망으로 출발했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100억 원대 블록버스터 영화 ‘튜브’를 찍었다. 주인공인 테러범역을 맡았던 그는 영화 성공을 확신했고 개봉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그해 2월 시사회까지 마쳤지만 개봉 1주일을 앞두고 터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로 인해 꼬였다. 이 사고로 192명이 사망했다. 지하철 테러를 주제로 한 영화 내용이 국민 정서상 맞지 않아 개봉이 6월로 늦춰지더니, 테러범 활약상이 잘려나갔고 영화는 주목도 받지 못했다. 이후 심신을 달래기 위해 연습장에 몇 번 갔지만 복잡한 마음처럼 골프에 대한 흥미도 사그라졌다.

박상민은 40대 중반이 되면서 만나는 사람들이 달라졌다. 그래서 골프채를 다시 잡았다. 2013년에야 골프를 제대로 시작했다. 처음으로 여성 프로에게 폼을 배웠다. 땀을 흘려가며 두 달 동안 열심히 훈련했다.

박상민은 TV 드라마 ‘자이언트’에 출연했던 제작진과 필리핀으로 여행을 떠났고, 클라크의 뉴아시아CC에서 처음 ‘머리’를 얹었다. 첫 라운드 파 5홀에서 버디를 잡으면서 89타를 치더니 그다음 날에는 91타였다. 실력을 속였다고 오해를 받았다. 그리고 골프가 너무 쉽다고 생각했다. 한국에 돌아와선 90대 후반, 아니 100타를 넘길 때가 많았다. 이후 연습장에서 배우면 배울수록 타수는 더 늘어났다. 단골 ‘백돌이’였고 한동안 또다시 골프를 끊었다. 그러나 어디를 가도 골프 얘기를 했고, 소외되는 통에 다시 골프를 시작했다.

박상민은 요즘엔 잠을 자기 전 늘 골프채널을 시청한다고 귀띔했다. 골프 실력이 안 늘었던 이유는 레슨을 받으며 스윙부터 다듬어야 하는데 그냥 필드로 나가는 재미에 빠졌기 때문. 그는 드라이버 비거리 250m를 보내기도 하지만 편차가 심한 편이다. 세게만 치려다 보니, 정확도가 떨어져 페어웨이를 벗어나기 일쑤. 박상민의 베스트 스코어는 지난해 전남 함평 엘리체CC에서 작성한 77타. 88타를 친 이래 3년 만의 최고 기록이자 처음 70대에 들어섰다. 이날 동반자 셋 모두 아마 고수였기에 긴장하며 쳤던 게 타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

박상민은 골프를 본격 시작하면서 내려놓은 게 많다. 그는 스스로 몰입형 성격이라고 자평했다. 대개는 좋은 방향보단 나쁜 방향으로 갈 수가 있은데 스트레스를 더 받기도 한다. 그래서 한번 꽂히면 못 말리는 성격인데 이상하게도 골프는 예외였다. 요즘엔 골프장에서 뜻대로 맞지 않아도 그냥 웃는다. 그래서 의외로 낙천적이란 평을 듣곤 한다. 그럴 때마다 박상민은 “골프가 그런 거지 뭐”라면서 다음을 기약한다.

박상민은 “골프는 그 순간을 잊게 해 주는, 일탈과 위로를 주는 고마운 운동”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골프에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이왕 시작했으니 꼭 언더파를 치는 것”이라고 꼽았다. 언더파는 잘 친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그는 “배우로서 최고의 연기를 펼치듯, 골퍼로서도 최선을 다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영화, 드라마 촬영 스케줄이 모두 꼬였고, 그래서 요즘엔 필드를 찾는 기회가 더 많아졌다. 그는 “이틀에 한 번꼴로 골프장에 간다”고 말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