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들이 집에 들어오면서 ‘아, 집이다’ 하는 마음을 갖게 만드는 것. 그게 제가 살림에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에요. 아들들이 들어오면서 ‘엄마 과자 만들었어?’ 확인하는 그 분위기, 그게 제 로망이었거든요.”

5일 조선일보 경제부가 만드는 유튜브 ‘조선일보 머니’의 ‘머니가 만난 사람’에는 방송인 강주은이 남편인 배우 최민수와 결혼 33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함께했다. 현재 유튜브 구독자 34만명을 거느리며 한국인의 살림 문화를 이끄는 그는 캐나다 출신으로 스물셋에 한국 땅을 밟았다. 코스트코 쇼핑 팁부터 이케아 수납법까지, 살림을 콘텐츠로 만들어온 그를 두고 ‘한국의 마사 스튜어트’라는 별명이 따라붙는다.

방송인 강주은
/조선일보 머니

 

방송인 강주은 /조선일보 머니

 

 


 

◇결혼 33주년, 강주은이 살림을 하게 된 이유

이날 인터뷰는 한화가 광화문에 새로 문을 연 ‘파블로 레스토랑’에서 진행됐다. 강주은이 오는 33주년 결혼기념일 저녁으로 예약한 곳이다. 그는 이곳에서 보이는 ‘세종문화회관’을 가리키며 말했다.

“남편을 처음 만난 곳이 세종문화회관이에요. 그 한 순간 때문에 지금 33년을 같이 살고 있죠. 결혼식 주례 말씀에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라는 말이 나오잖아요? 결혼할 때는 너무 쉽게 들렸는데, 살아보니 정말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가장 힘들고 가장 불편한 그 순간들을 같이 해냈으면, 이게 사랑이라는 뜻이구나 하는 걸 알게 됐어요.”

방송인 강주은과 배우 최민수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처음 만났다. 이곳이 보이는 레스토랑 '파블로'의 대표 메뉴 시저 샐러드.
/조선일보 머니

 

방송인 강주은과 배우 최민수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처음 만났다. 이곳이 보이는 레스토랑 '파블로'의 대표 메뉴 시저 샐러드. /조선일보 머니

 

 


 

스물셋에 한국에 온 강주은은 살림을 거의 하지 못했다. 그런데 직접 해보고 싶었다. 일주일에 두 번 오던 가사 도우미에게 부탁해 한국 음식 만드는 법 등 살림을 배웠다.

“저희 어머니는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는 분이었어요. 역으로 제겐 살림에 대한 갈망이 있었던 거 같아요. 우리 엄마가 집에서 케이크도 굽고 빵도 굽고 과자도 만드는 어머니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그 아쉬움을 제 인생에서 더 키워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에게 살림의 재미를 느끼게 해준 건 남편의 반응이었다.

“남편이 제가 만드는 걸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알고보니 최민수씨는 그런 가정적인 경험 자체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어요. 크리스마스 쿠키를 구우면 온 집 안에 냄새가 퍼지는 것, 그런 게 완전히 새로운 세계였던 거죠. 자기가 못 가졌던 어린 시절을 저와 우리 아들들을 통해 갖게 됐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 모습을 보면 너무 보람을 느껴요.”

결혼 33주년을 맞이한 방송인 강주은과 배우 최민수.
/강주은 제공

 

결혼 33주년을 맞이한 방송인 강주은과 배우 최민수. /강주은 제공

 

 


 

◇살림의 경제학… 집이 가장 확실한 투자처

강주은이 말하는 살림의 가치는 단순히 깨끗하고 맛있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가족이 집으로 돌아오고 싶게 만드는 것, 그것이 살림의 본질적 경제학이라고 했다.

“아늑하고 포근한 공간에 대한 욕심이 있어요. 식구들이 집 안에 들어오자마자 아, 집이다 하는 마음을 갖게 만드는 것에 보람을 느껴요.” 집을 가족이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 큰 투자라는 철학이다.

이 살림 철학은 아버지에게서 왔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매일 챙겨주던 비상금 2달러를 잃어버린 날의 기억이다.

“너무 미안해서 아빠 얼굴 보기가 힘들었어요. 결국 고백했는데 아빠가 ‘주은아 괜찮아, 그 돈이 길거리에 떨어졌으면 힘들어하는 사람이 주웠을 텐데 그분에게 도움이 됐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시더라고요. 그게 평생 잊혀지지 않았어요.”

잃어버린 것을 나눔으로 해석하는 아버지의 태도가 강주은이 살림과 가정을 대하는 방식의 뿌리가 됐다.

강주은이 말하는 사랑은 초콜릿케이크처럼 달콤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삶의 어려움을 함께할 때 진정한 사랑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집은 위기를 극복하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투자처다.
/조선일보 머니

 

강주은이 말하는 사랑은 초콜릿케이크처럼 달콤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삶의 어려움을 함께할 때 진정한 사랑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집은 위기를 극복하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투자처다. /조선일보 머니

 

 


 

◇최악의 순간, 양복부터 챙겼다

이런 가정에 대한 투자는 위기의 순간 나타난다. 힘들 때 기댈 곳이 되어 주는 것이다. 남편 최민수의 이른바 노인 사건 때 이야기다. 강주은은 그날 코스트코에서 쇼핑 중이었다.

“매니저님한테 전화가 왔어요. 기사가 먼저 나갔다고. 저는 일단 언제 다시 장 보러 올 수 있을지 모르니까 카트를 두 개 밀면서 쇼핑을 계속했어요. 본능적으로는 (남편에게) 전화해서 막 뭐라고 하고 싶었죠. 근데 그걸 누르고 생각했어요. 이 사람이 지금 어떤 괴로움 속에 있을까. 내가 가장 실용적으로 행동해야겠다면 그게 뭘까.”

서울 세종문화회관과 광화문이 내려다보이는 레스토랑 '파블로'에서 조선일보 머니와 인터뷰하고 있는 방송인 강주은.
/조선일보 머니
서울 세종문화회관과 광화문이 내려다보이는 레스토랑 '파블로'에서 조선일보 머니와 인터뷰하고 있는 방송인 강주은. /조선일보 머니

결론은 양복이었다.

“기자회견에 나가야 한다면 어떤 양복을 입어야 할지, 그거부터 빨리 보내야겠다 싶었어요. 아무런 말 없이 그냥 챙겨 보냈어요.”

이것이 강주은식 살림 경제학의 핵심이다. 가장 힘든 순간일수록 감정보다 실용을 앞세우는 것. 요리를 하고 집을 꾸미고 가족을 챙기는 모든 살림이 결국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상대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먼저 생각하고 그것을 준비하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나를 완전히 버리고, 이 사람을 가장 감싸줄 수 있는 태도가 뭘까, 어떤 말을 건네면 도움이 될까를 생각해요. 없는 여유를 다 모아서요.”

더 자세한 이야기는 유튜브 채널 ‘조선일보 머니’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